저는 운동에는 참 소질이 없었습니다. 학교 다닐때 체육대회를 할 때면 전원이 참가하는 단체종목(이를테면 줄다리기)을 제외하면 선수로 출전한 경험이 전무 하였습니다. 군대 와서도 마찬가지 였는데 졸병때 공을 찰때면 포지션이 골문앞 수비수를 담당 하였는데 고참들에게 않혼날려고 열심히 뛰어 다녔지만 공이 내 발에 닿는 일이 드물었고 어쩌다가 닿는 날이면 희한하게도 엉뚱한 방향으로

튀거나 아니면 강력한 상대편 공격수에게 패스하여 아군(我軍)의 골문을 위태롭게 만드니 참으로 기막힐 일이었죠.

 때는 87년 춘계 체육대회 무렵 대대본부에 있는 동기 녀석이 이번 체육대회에 마라톤을 뛰어보지 않겠냐고 자꾸 저에게 마라톤 뛸것을 권하기에 가만히 생각 해보니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았으며 군생활을 뒤돌아보니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 꺼리도 없는지라 이번 체육대회에서 마라톤을 출전하여 뭔가 이야기꺼리 추억꺼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그만 뛰겠노라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읍내에 나가 큰맘먹고 3000원짜리 운동화(*당시 병장월급 5500원)를 사신고 마라톤 코스(대략12Km)를 한번 뛰어보았습니다.

 드디어 체육대회 결전의 날이 돌아왔습니다. 마라톤 출전신고를 하고 박수를 받고 출발점에 들어설때에 머리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내가 명색이 재대가 얼마 남지않은 고참인데 달리기 못하는 것을 보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400미터 트랙을 돌아 운동장을 박차고 나갈때에 100미터 달리기 하듣 전력 질주하여 일등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여 1킬로 쯤 달렸을때 힘이 빠져 추월을 당하기 시작 하였는데 한참후에 뒤돌아보니 내 뒤에는 아무도 없고 내 앞과의 거리도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완주는 했습니다. 반환점을 돌아 종착점에 다다를 무렵 우리 중대의 군장병과 가족들이 길 양옆으로 서서 박수를 치고 격려의 함성을 보내올 때에 저는 염치 불구하고 양손을 흔들어 답례 하였습니다.

 완주를 하고 난 후 시설반 선임하사님(김중사)이 물에 적신수건을 어깨에 둘러주고 바카스 한병을 까 주시는데 그 바카스 맛 참 시원하였고 제가 비록 뒤에서 일등은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재대를 한뒤 어느날! 어느 시골의사 한분이 제에게 놀러 온 적이 있는데 저에 발을 보고(발이 약간 평발임) 하는말이 "자네도 어지간히 달리기 못하게 생겼어"

라고 말 하자,제가 목에 힘주고 이렇게 말했죠!"아래봬도 내가 군대에 있을때 우리중대를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 였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