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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이야기
나의 부산타워 시절
조**
|Views 458
|2009.06.24
1976년 김해기지에 배속을 받아 근무한지 약 1개월 정도 되었을까?
타워에 열심히 오르내리면서 관제업무를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타워 고참들이 내무반에 가면 졸병들 고생한다고 무조건 야간에는 타워에서 근무하라고 하여 타워에 살다시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병환 상사님께서 찾는다고 하여 가보니 조 일병 너 당장 짐 싸라고 하여 영문도 모르고 짐을 고스란히 챙겨가지고 동기생 상병효, 박종혁(두친구는 연락안됨), 김호근 등 3명을 남겨놓고 김명락 하사와 함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따라 나섰는데 그 곳이 알고보니 부산 수영비행장 이란 곳이었다.
1976. 8. 1자로 부산국제공항이 김해로 옮겨가면서 사용하지 않는 시설중 타워만 우리 공군이 인수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와서 보니 비행시설이 모두 김해로 옮겨가고 난 뒤라 엉망 진창이었다. 타워를 정비하고 장비를 설치하는 등 정상적으로 부대가 운영되기에는 그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공항청사는 육군 부산시경비단에서 들어와 있었고, 타워와 활주로 및 일부 시설은 우리 공군에서 인수를 받아 관제반 3명, 기상반 3명, 통신반 1명 등 파견을 나와 같이 생활하면서 활공사들이 비행하는데 필요한 항공관제와 기상정보제공 등을 지원하고 있었다. 활공사들은 매일 아침 기상 브리핑을 받고 비행을 하고 오후에는 활공사들을 대상으로 관제사들이 관제교육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아침 5시면 기상 반에서 기상관측을 위해서 일어난다.
그러던 어느 겨울 아침에 기상반 김성기(257기.지금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음) 병장이 기상관측을 하러 타워에 올라와서 추우니까 난로에 불을 피우려고 조금 남아 있는 석유를 붓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타워의 좁은 공간은 완전히 불로 휩싸여 연기에 질식되어 죽는 줄 알았다.(난로에 불씨가 조금 남아 있었음)
마침 그 때 육군 경비단과 공군 활공협회에서 아침에 운동을 하다가 모두들 보고 뛰어와서 불을 끄고 수습은 하였으나, 타워 안이 새까맣게 그을려서 육군에서 페이트를 빌려서 정비하는데 며칠간의 죽을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부대에 보고도 못하고 지내다가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 그 사건이 잊혀져 가고 있을 무렵에 어느날 오후 중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충 둘러대면서 오리발을 내밀어 위기를 모면할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게 아찔하다.
그렇게 생활하던 어느 날 남는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자며 남 상사님이 병아리를 약 20여마리를 사와서 키웠는데 이게 재미가 쏠쏠했다. 병아리를 사다놓으니 귀엽다고 보는 사람마다 먹이를 주니까 이게 얼마나 잘 크는지 볼 때마다 쑥쑥 잘도 자랐다. 그리고 잘먹으니까 역시 싸기도 많이 쌌다.
그런데 문제는 병아리 키우는 장소의 바로 밑이 부산시 경비단장의 집무실이었다. 즉 경비단장의 머리위에 사랑스런(?) 병아리들이 똥을 싸고 있으니 이건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어느 날 경비단장이 우리가 근무하는 타워를 방문했는데 마침 병아리를 키우는 것을 보고서 그 자리에서는 여가를 적절하게 잘 이용한다면서 참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집무실로 돌아가서 참모들을 불러놓고 내가 경비단장(계급 소장)인데 어떻게 내 머리에 닭똥을 싸도록 가만히 있었느냐며 팔팔 뛰며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했다. (그 뒷일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 놈이 얼마나 잘 크는지 조금만 더 있으면 成鷄(어미닭)가 될 수 있었는데, 그 누가 好事多魔라고 했든가. 그만 사고가 터졌다.
김해 동기생과 통화를 하다가 그만 통신보안에 걸렸다. 한가지 걸리니까 별것도 아닌걸 다 지적하고, 그 이후 확인점검은 계속 나오지.... 도저히 키울 수가 없어서 그날로 모조리 통닭집으로 직행하여 튀김닭을 만들어 타워 옥상에서 회식을 거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닭들의 살을 우리한테 주고 갔었으니 좋은곳으로 갔으리라 믿습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돌이켜보니 즐겁던 한시절 자취 없이 가버리고 가는 세월과 함께 그 시절 그 사람들도 무지하게 그립고 한 번 더 그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해버리고 아련한 추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언젠가 꼭 한 번 너를 찾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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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2009.09.10 19:14:42 삭제선배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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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언 2009.06.29 14:50:53 삭제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추억의 담긴 글 재미있게 잘보구 갑니다...^ㅎ^ -
윤석오 2009.06.28 16:40:43 삭제그렇게 병아리를 닭이 될때까지 키우기가 군대에서는 결코 쉽지 않았을것 같은데 아무튼 아슬 아슬 하게 키워서 몸보신 잘했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