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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가 장거리 비행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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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블랙이글스, 팀워크’ 세계를 날다 ⑥ 싱가포르 에어쇼 2024 
작전거리 고려해 외부 연료탱크 ‘3개’ 추가 탑재


빠른 기동 에어쇼 위해 탈부착
부품 ‘파일런’ 윙·센터에 장착
타국 영공 통과 세심한 관리도

 

‘싱가포르 에어쇼 2024’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필리핀 에어쇼’ 참가를 위해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거쳐 필리핀 클락 국제공항으로 이동한다. 사진은 T-50B 항공기에 연료탱크를 설치하는 블랙이글스 정비팀.
‘싱가포르 에어쇼 2024’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필리핀 에어쇼’ 참가를 위해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거쳐 필리핀 클락 국제공항으로 이동한다. 사진은 T-50B 항공기에 연료탱크를 설치하는 블랙이글스 정비팀.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가 곧 이륙하겠습니다.” 기내에서 이 안내방송을 듣는다면 곧 비행이 시작될 거라는 의미다.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하는 이때 문득 드는 생각. “전투기는 기내 서비스도 못 받고,
민간 항공기보다 기체도 작은데 어떻게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특히 해외 에어쇼에 자주 초청받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는 어떻게 이동하는 걸까?”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알쏭달쏭 군사상식에서 확인해보자.
싱가포르에서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기존 연료에 추가분 더해 비행 거리 연장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싱가포르 에어쇼 2024’ 퍼블릭데이 2일 차의 마지막 순서로
공중기동을 선보이면서 모든 공식 일정을 끝낸 블랙이글스 T-50B 항공기 8대가 활주로에 착륙해 주기장으로 진입했다.
무사히 비행을 마친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잠시 자축하는 듯하더니,
이내 다음 일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비팀은 쉴 새 없이 작업에 매진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다. 커다랗고 길쭉한 타원형의 철제 장비가 등장한 것. 이 장비의 정체는
연료탱크다. T-50B는 민항기처럼 많은 연료를 한 번에 실을 수 없기 때문에 장거리 기동에 앞서 연료탱크를 장착해야 한다.

최희식(원사) 주기검사반장은 “기존 기체에는 715갤런(약 2700L)의 연료가 들어가는데,
한 개에 150갤런(약 560L)을 채울 수 있는 탱크 3개를 추가해 전체 비행 거리와 시간을 늘린다”고 말했다.

이 탱크를 기체에 고정하려면 ‘파일런(Pylon)’이라는 부품이 필요하다.
에어쇼에서는 빠르게 기동하기 위해 이 부품을 제거하지만, 먼 거리를 비행하려면 필수 요소다.

먼저 기체 양쪽 날개 아래에 윙 파일런을 설치하고, 중앙 아래에는 센터 파일런을 맞춰 넣는다.
장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윙 파일런보다 센터 파일런이 더 오래 걸린다. 최 원사는 “센터 파일런은 기어실 내부에서
작업해야 할 부분이 있어 더 복잡하고, 안전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50B가 기동하는 데 쓰는 연료도 특수하다. 해외 군공항에서는 일반 항공기에 쓰는 항공유에
결빙·부식·정전기 방지 첨가제가 더해진 연료를 급유한다.

설치 작업 이후에는 탱크의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 탱크에 연료를 일부만 채우고,
연료가 기체까지 정상적으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기체에 있던 연료를 강제로 배유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탱크와 기체를 연결하는 에어라인과 연료관에 문제가 없으면, 기동 때 탱크에 저장된 연료가 우선 소비된다.
만약에 벌어질 비상 상황에서 연료탱크를 먼저 분리해도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비사들이 연료탱크 고정에 필요한 부품 ‘파일런’을 기체 중앙 아래에 장착하고 있다.
정비사들이 연료탱크 고정에 필요한 부품 ‘파일런’을 기체 중앙 아래에 장착하고 있다.



중간 기항지·최종 목적지서 끼니 해결

조종사들은 국내에서 이륙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정은 비행 루트 선정이다.
연료량을 기준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비행하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갈 수 있는지를 계산해 정한다.

다음은 우리 항공기가 잠시 착륙해 연료를 보급받는 등 제반 사항을 협조해 줄 수 있는지 확인한다.
블랙이글스 8번기 조종사이자 이번 일정에서 비행팀 실무를 총괄하는 박용하 소령은 “해외의 경우 특수한 장비가
있어야만 지나갈 수 있는 항로도 있고, 민간 항공기가 많이 지나가는지를 고려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해당 착륙지가 포함된 나라에 영공을 통과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
조종사 명단과 항공기 번호, 예상 통과 시간 등을 포함한 문서를 정해진 양식에 맞춰 해당국의 대한민국 무관이
전달하고 승인받는다. 블랙이글스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 10일 주둔지를 이륙해 대만 가오슝, 필리핀 클락,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지나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일반적인 비행과 달라 기내에서 받는 서비스도 당연히 없다.
기내식은 상상할 수도 없어서 중간 기항지 또는 최종 목적지에 착륙해서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타임존이 바뀔 때는 항공기 내부 시스템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인식해 자동으로 적용한다.

이번 일정에 포함된 동남아시아는 많은 섬으로 이뤄진 지형이라 무인도를 지날 때도 유의해야 한다.
박 소령은 “크기가 작은 섬은 영공 개념이 모호해서 비행정보구역(FIR·Flight Information Region) 상 관리국과
실제 영공을 관리하는 나라가 다를 수 있다”며 “외교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 비행할 때 유의하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신중하게 기동한다”고 부연했다.


필리핀 공군과 우정비행 예정

블랙이글스는 28일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거쳐 필리핀 클락 국제공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에어쇼뿐만 아니라 양국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필리핀 공군과 우정비행 등을 펼칠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달 7일 필리핀을 출발해 대만을 거쳐 국내로 복귀한다.

블랙이글스 팀원들은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한다는 각오다. 박 소령은 “블랙이글스만의 팀워크 덕분에 우리 모두 하나가 돼
싱가포르에서의 일정을 잘 마무리했다. 남은 필리핀 일정까지 최선을 다하고 복귀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